나의 삶의 터전이 하나의 도로로 정리되는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좀 더 큰 도시로 이사온 이후에야 외국 노래라는 것을 처음 제대로 들어본 것 같다. 그 전엔 사실 그런 음악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지. 내성적인 성격에 덧붙여 사투리까지 진하게 베어있는 말투 덕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녹록치 않았는데, 그 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 녀석들이 이제와 생각해보면 소위 말하는 덕후들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들 엄청 잘 살고 있는 성덕들로 진화에 성공했고.

 

그 때 우리 사이에서 한창 인기 있던 그룹이 N sync 라는 보이그룹이였다. 군대를 거친 이후에야 남학교에서 보이그룹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땐 그런 것 없이 정말 순수하게 CD플레이어에 CD넣고 역시 노래는 POP이지하면서 듣던 시절이었다. (소리바다가 한창 붐이던 때긴 하지만) 물론 지금이라면 걸그룹 메들리를 틀어놓고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고 있었겠지.

 

아무튼 미국 가수라면 N sync가 최고인 줄 알았던, N sync CD가 닳고 닳을 시점에 Justified 라는 앨범이 나왔다. 친구가 굳이 자기 집으로 끌고 가서 N sync의 라이브 공연 영상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노래 잘하고 춤 잘 추 는건 진작 알았지만, 그것보다 역시 Justin = Britney의 이미지가 훨씬 강했던 때라서 첫 느낌은 별 게 없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막귀라서 음악성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한 앨범을 오래 들은 적도 없는 데다가, 고등학교를 슬슬 올라가고 덕후들과 헤어진 이후로는 그 시절 한창 물이 올랐던 가요들을 섭렵하느라 팝을 안 듣게 되었다. 그래도 새삼 요즘 다시 듣게 되는 건 역시 내가 사랑했던 몇몇 트랙이 생각나서인데, 1번 트랙이자 사실상 타이틀보다 더 좋아했던 Senorita부터 타이틀인 ‘Like I love you’, ‘Take it From Here’, ‘Cry me a River’, ‘Rock your body’, ‘Let’s take a Ride’ 까지 지금 들어도 마냥 좋은 노래들 뿐이다. ‘Like I love you’는 신화에 전진이 예능에서 한국의 전스틴이라며 춤췄던 기억이 나고, ‘Rock your body’는 예전에 가슴노출로 들썩들썩했었지.

 

기분이 알싸할 때,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는데 약속 없이 집에 혼자 있을 때, 맥주 마시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앨범.

05-03 15:15